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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바닥 좁다니까요?

 
제 유일한 이글루 이웃분인 비천랑님 이글루에 가면

본인이 지금까지 접촉했던 거의 모든 킹오파 팬분들을 만날 수 있음.....-ㅂ-;;;

 

by 레몬밤 | 2006/10/04 16:20 | 잡설 | 트랙백 | 덧글(2)

오늘은

 
얼마 전에 도착한 KOF 공식앤솔로지들을 보다가

어쩐지 K'에게 불타올라 버린....정도까지는 아니고

K'가 좋아져 버렸습니다.

원래 오로치편 스토리밖에 관심 없었는데 이러다 네스츠편도 팔지도...

근데 솔직히 네스츠편 들여다보기 심히 귀찮아.(<-............)



케이는 어쩐지 누님들에게 귀여움받을 것 같은 이이오토코.(웃음)

케이x쿠라 노멀커플링도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케이+맥시마도 나름 재밌고...

케이->이오리 구도의 헤타레케이도 좋아. 쿄에게 뜨거운 뭔가(?)를 불태우는 케이도 좋고.

냉정하게 대해도 붙임성있게 계속 어택해오는 신고에게 살짝 끌려다니는 케이도 모에.



일단 제 안의 케이는 내성적에, 쿨한 성격이지만...

네스츠편을 좀 파야지 구체적인 성격이 나올 것 같아.

 

by 레몬밤 | 2006/08/22 22:39 | 잡설 | 트랙백 | 덧글(4)

등사(&#34723;蛇) -2

 


2

 

 

.
.

 

 

 야타의 가문은 고요하고 정숙했다. 들려본 적 있는 곳이지만, 항상 그렇듯이 무언가가 정갈한 느낌이 있다. 쿠사나기 가는 무(武)를 수행하는 곳이기에 동(動)적이라면 야타 가의 저택은 뭐랄까, 정(靜)적이었다. 가라앉은 분위기. 고요한 느낌. 전체적으로 색조는 새벽과 같은 푸른빛. 조용히 자리해 마주한 치즈루는 정좌가 영 불편해 보이는 쿄와 이오리를 마주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로치의 힘은 세상에 풀려났고 그 봉인을 풀기위해 어둠속에 암약하는 자들이 있다. 그 힘은 신화시대에서부터 이어져온 것이라 강대한 것.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치를 봉인한 신적의 피는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것이 삼신기 가(家)라 불리는 쿠사나기, 지금은 개명한 야사카니, 그리고 야타.

 


그럼에도 오로치와 그를 받드는 팔걸집의 힘은 강력하고 막아서기 위한 세 가문의 결속도 오랜기간 동안 교류가 단절되어 미약하다. 대를 물러 이어져온 봉마(封魔)의 염(炎)과 파사(破邪)의 염(炎). 현대에 와서도 그 피의 계승은 이뤄져 지금의 계승자역시 그것을 다룰수 있다고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쿠사나기 가의 후계자는 시조를 능가하는 힘이라고까지. 하지만 그래서는 모자란다고, 그녀는 판단해 쿠사나기 쿄의 견해를 받아들였다.

 


“오로치와 삼신기에 대해선 이미 설명을 들어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이것에 대해선 저는 더 이상 해드릴 말은 없는데다, 쿄씨와 이오리씨 모두 계승자로서의 자질은 매우 우수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힘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습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께 꼭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부득이하게 호출하게 되었습니다.”
“으음.”

 

 


살짝 사용인을 손짓한 그녀는 무언가를 가져오게 했다. 오래 성숙된 오동나무에 숙련된 장인이 힘을 더해 만들어진 궤는 매듭처럼 무언가 복잡한 것이 얽혀있다. 척봐도, 심상치 않은 물건.

 


“그동안 야타 가에서 맡아두고 있었던 삼신기입니다.”
“뭐? 그거 국보로 어딘가의 박물관에 있는거 아닌가요?”
“천왕에게 주어진 삼신기는 작금에 와서 진품은 아닙니다. 아니 그런 문제와 달리, 애초부터 이것은 천왕의 신물과는 그 궤가 다르지요. 이 것은, 세 가문-쿠사나기, 야사카니, 야타의 결속의 증거로서 쭉 야타가 맡아온 물건입니다.”
“그걸 보이려하는 이유는 뭐지?”

 “물론, 지금에서야 세 가문의 연이 이어지는 와중에 그 증표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있던 야가미 녀석이 한마디 던진 것이다. 치즈루는 궤의 두껑에 손을 얹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래도 마음깊이 담은 한마디만큼은 결코 하지 않았다. 당신을 위해서-라고는. 그런말 해버리면 이 고집센 남자는 분명히 쓸데없는 짓이다.따윌 해버릴 테니까.

 


신적에 든 피를 이었다고 해도 그 몸에 또 다른 반신을 담았다. 그것이 육신에 주는 부담은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예부터 야가미가의 후계는 단명했다. 그것은 명백. 그 육신에 녹아버린 뱀은 독을 그 혈관에 흘리고 그 생명을 새어 보낸다. 뱀을 뿌리 뽑아내지 않는 이상, 야가미 이오리의 죽음은, 머지않은 미래에 확실시 된다. 쿠사나기의 후계인 쿄로서는 모르는 일이겠지만, 본인 야가미는 누구보다도 확실히 알고 있겠지.

 


“시시한 짓이군. 게다가, 이어짐도 뭐도 없다. 오로치를 물리친 다음엔 쿄 녀석도 죽여버릴테니까. 한시적인 일일 뿐일텐데.”
“아직도 포기 안했냐, 너.”

 


샐쭉하니 쿄가 질린다는 듯 내민 말에 이오리는 답하지 않았다. 쿠사나기와 야가미, 두 가문의 후계자의 모습을 잠시 관찰하던 치즈루는 조용히 궤의 봉인을 뜯어냈다. 황홀하고 강렬한 신적의 향.
늦은 어둠, 눅눅해지는 밤하늘이 놀랄 정도의 오색의 광채.

 


“이것이, 삼신기...?”
“네, 이것이 쿠사나기의 검, 야사카니의 곡옥, 그리고 야타의 거울입니다.”

 


파괴적이고 위압적인 파사(破邪)의 힘을 뿌리는 검과 정순하고 고요한 봉마(封魔)의 힘을 발하는 곡옥, 그리고 조용히, 주장 없이 존재하는 호수와도 같은 거울. 먼 옛 시조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세가지 신물. 수십세기를 거슬러 내려와 현재에 와서도 그 신격을 잃지 않고 있다. 저물어 빛은 어둠에 달해, 황혼은 지나고 본격적으로 어둠에 몸담는 것들이 활동하기 시작한 나름에 이것을 열어 보이는 것은 순수하게 검은 것에 오염된 야가미 가의 후계를 위한 배려.

 

 


“뭔가, 굉장한 걸.”
“지금에 와서는 단지 신의 힘이 스미어든 신물로 끝나, 세 가문의 상징에 불과할 다름입니다. 애초부터 삼신기의 힘이라는 것은 스사노오노미코토의 갈라진 세 핏줄에 전해지는 힘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말이지...”

 


쿄는 무척이나 신기한 것을 본 듯한 얼굴로 연신 감탄사를 흘렸다. 삼신기라는 전설에 접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희미하게 체내를 떠도는 불꽃이 쏠려드는 느낌이 있다. 이 것엔 강한 것의 냄새가 남아있다. 선명하리만큼 진득한 풍취. 무도가로써 싸워보고 싶은 녀석,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방대하고 압도적인, 인간으로선 쫓을 수 없는 신의 냄새.

 

 피로 전해지는 전설의 스사노오노미코토의 힘일까, 그도 아니면 그에 의해 봉해진 오로치의 힘인지. 세 신물, 특히 조용하고 사근사근해 느낌이 적은 야타의 거울과 달리 쿠사나기 검과 야사카니의 곡옥에 서린 힘의 이미지는 종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뒤엉켜 섞여 있었다.

 왜일까.

 

 “...가슴이 뛰는데.”

 

 쿠사나기 쿄는 불꽃의 태동을 느꼈다. 체내에 담은 피에 녹은 불꽃이 울렁이면서 이 파동에 동조를 더한다. 심장이 한번 박동할 때마다 격류처럼 혈관을 내달린다. 막힘없이 내달리는 불꽃은 체내를 일주천. 머리를 꿰뚫자, 어째서인지 가슴이 시원해졌다. 뭐라 형용하기 힘든 상쾌한 기분이 되어서 이런 느낌을 이오리 녀석도 받았을까 싶어 흘긋 얼굴을 훔쳐본다.

 

 왜인지 녀석의 얼굴을 훔쳐 보는게 버릇이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 되는 모양인데... 왜 그런거냐. 이유는 잘 모르겠다만.

 

 

 그 솔직한 대답에 치즈루는 살짝 입술 끝에 미소를 그렸다. 과연 쿠사나기의 핏줄. 태양과도 같은 강렬함에 솔직하게 응하는 것은 신적, 원류에 닿는 거대한 힘 앞에서도 천성을 잃지 않았다. 반면에...

 

 “...불쾌하군.”

 

 에?

 

 “치워라.”

 아, 아?

 

 소용이 없었던 걸까. 먼 옛날 야사카니의 정순한 -봉마의 피가 묻어있을 터인 신기의 빛을 쬐여 조금이나마 그 혈관에 녹아있을 오로치의 피를 잠재워 보려했건만 역시... 그리 쉽게 되진 않는다. 약 7백여년에 걸친 저주가 그리 쉬이 해소될리 없을 것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치즈루는 애석해하면서 함을 닫았다.

 

 “...앞으론, 쓸데 없는짓 하지마라.”
“에, 왜 닫아버리는 거야, 기분 좋았는데.”
“직접적인 발언이지만, 야가미 가에겐 현재에 있어 치욕과 같은 상징입니다. 불쾌해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차갑게 느껴지는 말. 그것이 현재의 쿠사나기와 야가미의 관계. 주조된 사슬로 얽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악연. 하지만 그것이 어쨌다는 거야. 하고 조금은 어린애처럼 쿄는 소리내 투덜거렸다. 그렇지만 치즈루는 조용히 닫은 궤를 사용인에게 건냈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스며드는 어둠이 어느새 밤을 고하고 있다.

 

 “우선 저는 두 분의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저녁 이후에 바깥채의 방으로 모시지요. 이부자리는 미리 펴두었지만, 수학여행 온 샘 치고 신나게 우정을 쌓아주세요.”
“무슨 소리냐.”

 

 역시 거기까지 하는거냐. 카구라의 엄청난 폭탄발언이 들리자 쿄는 한숨처럼,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야가미의 묵직한 목소리가 이처럼 그리워지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응, 그래. 무슨 소린지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아, 나.

 


“음주와 가무는 엄금. 화기도 엄금입니다. 불꽃같은 것은 자제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 지금.”

 “학생과는 거리가 멀지만, 조금은 학생다운 것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아니, 조금은 학생다운 짓을 좀 해주세요.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쿄씨가 말씀하신 그대로, 세 가문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니까.”

 


우왓, 그런 말 해버리면 어떻게 해요, 카구라!

 

 

 “지금, 무슨 소리지, 쿠사나기....?”
“아니아니, 나는 그게 말이야. 역시 말이지.”
“...”
“그, 그러니까 KOF라던가로 청춘의 학교 같은거 놓쳐 버린거 아까우니까, 그, 그래 말이지. 야가미의 지나간 학교 청춘 비바~랄...까. 이러니 저러니 해서 여름 합숙에 학생다운 느낌을 몇가지 이야기 한것 뿐인데...”
“...죽고 싶나, 쿄.”
“그래도 네 손엔 안 죽고 싶으니 사양하지...”

 

 


저엉말로 진짜, 절대로 야가미랑 친해지고 싶어서 한말이 아니고 반쯤 장난이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나. 평소보다 과하게 화난 듯한 야가미가 이해가 가지만, 카구라는 이런 폭탄같은 녀석을 앞에 두고 차분하게 찻잔에 차를 따르며 말을 이었다.

 

 


“유카타는 두 벌 준비해 놓았습니다. 갈아 입고 주무세요. 아참, 그리고 베개싸움이라던가 카드놀이라던가로 밤을 새셔도 좋습니다. 베개싸움이라는 건 사나이들이 전통적으로 우정을 쌓는 공식적인 놀이라고 들어서, 모쪼록 베개도 방에 많이 준비해두었으니 즐겨 주십시오. 저녁시간은 한시간 뒤에 있을 예정으로, 우선 이런 여름 날씨고 해서 목욕 준비를 시켜두었습니다. 우선 씻어주세요. 욕탕은 하인에게 안내, 부탁해 놓았습니다. 그럼 저는 저녁 준비를 위해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총총히 나가버렸다. ...등뒤엔 살의를 뿌리는 악귀가 하나. 제발 단 둘이만 놓고 가지 마, 카구라...! 쿠사나기 쿄에게 있어서 악몽 같은 하루가 끼이익하고 비틀린 소리를 내며 열리고 있었다.


 

by 레몬밤 | 2006/06/29 22:01 | 트랙백 | 덧글(0)

등사(&#34723;蛇) -1

 

 

생일 선물로 네이버 이웃이신 영달님에게 받았습니다.

몇번이나 쓰는 말이지만 정말로 받고 나서 기쁨의 댄스를 106분간 추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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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京庵]
등사(螣蛇)

 

 

 

 



징후를 느낀 것은 짧은 촌각이었다. 말없이 왼팔을 들어 본다. 그것은 분명히 인간의 것이다. 단단한 사내의, 왼팔. 잠시 그를 바라보자, 팔의 혈관이 꿈틀거리며 용트림한다. 살아있는 것이 헤집고 다니는 것인양, 얇은 피부를 찢을듯 꼬리쳐 기어오른다.

 

        - 혈관을 기어오르는 흉험한 불꽃이 있다.

 

 손등의 혈관에서부터 꿈틀거리는 무엇. 불쾌하리만큼 선명한 이(異)를 더하고, 붉은 동맥을 거슬러 억지로 기어오른다. 손등, 손목, 팔, 어깨. 혈관을 거스르는 것의 징후에 야가미는 어깨를 움켜쥐어 단단한 손자국을 남겼다. 피부를 얼룩지게하는 다섯 화인(火印). 흔을 남기며 입술 끝을 비틀어 표정을 그린다.


- 기어오르지 마라.


거슬러 올라오는 것에게 경고한다. 손톱 밑에 살점이 긁혀 남았다. 손가락 끝이 붉게 더럽혀진다. 그래도 꿈틀거리며, 붉은 피에 녹은 괴물은 피의 흐름- 순리에 저항하며 깊은 원류에 닿기 위해 발버둥친다. 명확히 노리는 것은 심장.
거슬린다. 미간을 살짝 꿈틀거리며 입술을 열었다.


- 기어,


간신히 입술 깨물고,


- 오르지 마라.


비틀린 목소리를 짜낸다. 당장이라도 피부를 찢고, 그 근육을 헤집어, 혈관 째 그의 몸을 기는 것을 잡아 뽑아내고 싶은 욕망을 비틀어 참아내길 몇 초. 목소리가 닿은 것인지, 손뻗은 왼팔의 꿈틀거림이 서서히 피에 다시 녹아 가라앉는다. 바라보던 왼팔을 거두었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왼팔은 그저, 왼팔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
.
.


달은 오롯히 밤에 스미고,
뱀은 달그림자에 얽혀 붉은 피를 푸른 것으로 산화시킨다.

 

 

 

1

 

 

 


여름이 와서 하도 더워서 잠시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일까, 아무래도 야가미 이오리라는 녀석과 알고 지낸것이 상당히 오래된 듯한 느낌이다. 알고 지냈다고 하는 것은 조금 미묘한가. 하지만, 일방적으로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녀석과 주먹질하면서 나름대로 꼬박꼬박 얼굴도 마주했고 말이지. 일단 이름도 알고, 제법 교류도 정기적이었으니까, 알고 지냈다고 해도 틀리진 않겠지.

 


아니 그 이전에, 사실은 이제까지 모르고 지냈다는 것이 이상한 거겠지. 무엇보다도 이쪽의 인연은 수십세기를 거슬려 올라간다. 봉하는 -야사카니, 베는 -쿠사나기, 수호하는 -야타. 야마타노오로치를 물리친 원류, 신적에 든 핏줄이 셋으로 나뉘어져 하나의 목적으로 갈려졌었다. 분명히 멀디 먼 옛날에는 나름 교류가 있었을 것이다. 우와, 그거 그러고보니 굉장하군. 쿠사나기와 야가미라는 녀석이 나름대로 얼굴 마주하며 쎄쎄쎄했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건가.

 


뭐야, 나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새삼스럽게 야가미 그 녀석이랑 무슨 먼 옛날 이야기를 들먹여서 친해지기라도 하고 싶다는 것도 아닌 주제에, 무슨 헛생각이람.

 


 솔직히 말하자면... 에, 뭐. 그런거다.

 

 그러니까, 카구라도 이쪽 이름 알고 있었지. 야가미 그 녀석도 분명히 날 먼저 알고 있었고. 하긴 분명히, ‘그런 사건’ 이후로 갈라서게 되어버렸다고 해도, 역시 상대의 가문 후계자 같은거 모르는 내 쪽이 이상한거겠지. 그러니까 그것이 굉장히 어디서인가 져버린 듯한 기분이 드는 거다. 여하간, 아버지는... 그런 오래된 이름 갖고 주먹질을 하는 거라면 좀 확실하게 가르쳐주지 않고. 야가미 녀석도 자기 멋대로 먼저 나를 알아 가지고선. 이런 기분나쁜 패배감을 주고 말이지.


우우,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불평을 하는 것은 분명 여름 탓일 것이다.

 


셔츠 앞자락을 팔락팔락 흔들며 흘러 떨어지는 땀을 증발시켜 체온을 낮춰보러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역시 더위는 가시지 않는다. 마치 손으로 터는 먼지처럼, 이내 끈적하게 달라붙어 불쾌를 더했다.

 


이런 날씨는 정말 싫다. 여름은 무덥거나, 선선하거나, 장마로 눅눅하거나, 여러 가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런 끈적한 시기의 여름은 도무지 좋아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런 후덥지근하고 끈적한 여름은 가슴조차 불태우는 뜨거움을 뒤로 하고 가장 먼저 불쾌를 전하는 것이다.

 


“후우...”

 

 더위를 먹은 것인지, 그러니까 이런 쓸데없는 소리나 지껄이고 있다.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한숨을 쉬고 눈에 띈 자판기로 걸어가 주머니를 뒤진다. 간신히 나온 동전을 꺼내 콜라를 뽑아냈다. 꺼낸 콜라캔은 송글송글 차가운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캔을 뺨에 가져가자 일순 차가워졌지만 끈적한 공기에 이내 기분 나쁜 것이 되어버려서, 으윽, 하고 캔뚜껑을 따서 한모금 마신다. 요란하게 식도에 걸리는 불쾌한 탄산은 갈증 해소엔 도음이 되지 않았다. 뜨거워진 식도와 내장기관을 아주 잠시 시원하게 해줄 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것이 어디냐 싶어서, 후우-하고 한모금 꿀꺽 더 삼켰다.

 

 “진짜, 덥네.”

 

 반쯤 콜라를 마시고 조금은 체내 장기가 시원해졌다고 생각하자, 우선은 한적한 공원 분수대에 걸터 앉았다. 등뒤로 전해지는 시원함이 맘에 든다. 머릿속의 열이 조금 몰려나가자, 조금은 냉정해졌을까. 이제야 굉장히 심각한 얼굴로, 미간을 좁혀 화딱지나는 녀석의 얼굴을 떠올린다.

 


“어쩌지.”

 

 죽인다고 달려드는 귀찮은 녀석. 그것이 야가미 이오리에 대한 짧은 평가. 덧붙히자면 어째서인지 신경쓰이는 녀석. 더 부연 설명해 넣으면 왜인지 아주 오래전에 가문끼리 인연이 있었다.는 녀석. 하필이면 그런 녀석이랑 인연이 엮어서 이런 고민을 하고있는 자신이 한심스럽다. 도망치는 것같은 느낌도 들고. 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싫은 녀석이고하니 얼굴 마주하고 싶지 않은데, 하필이면 오로치니 귀찮게 굴어서. 아니 도대체 내가 뭐하자고 그런 소릴 카구라 앞에서 해가지고선...”

 


지금에 와선 자기 자신의 멍청함을 탓했다. 물론 그 프라이드 높아 보이는 제멋대로인 녀석이 정말 장난처럼 내뱉은 말에 응할줄 몰랐지. 아니, 카구라에게 제안 했을때조차 사실 받아들이겠냐, 그녀석-하고 생각하고 장난처럼 한건데. 큰일나버렸다. 빼도 박도 못하게 되어버렸잖아.


 

 

 “여름 합숙이라니, 어쩔꺼야, 그거...”

 

 


*

 

 

 

 

 사건의 전모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쿠사나기 쿄는 분명히 더위를 먹었었다.


느적한 여름의 뜨거움에 미인이지만 딱딱한 아가씨랑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가 없었고, 게다가 오로치니 뭐니 때문에 억지로 싫은 녀석이랑 팀을 짜야한다는 것도 언짢은 일이었고, 어째서인지 싫은 야가미 녀석이 무척이나 고압적인 태도로 -승낙했다.하고 말하는 것이 분명 불쾌했었던 것이 틀림없다. 이유없는 불쾌라던가, 쓸데없는 장난기라던가. 그런 것이 더위에 뒤섞여 엉망인 것이 되어서 그러니까 자신은 ‘야가미 이오리, 그는 승낙했습니다’하는 아가씨의 앞에 그런 소리를 한것이 틀림없다.


오로치를 봉인한 스사노오 미코토의 혈족. 긴 시간을 이어져온 삼신기 가(家). 현대에 오로치가 부활한다고 해도 지금같은 결속으론 오로치를 막아서긴 무리니까, 어쩌고- 로 시작해서 굉장히 쓸데없고 장황한 소리가 들어가, 그 마지막엔 세 가문의 결속이 걱정되고, 삼신기로서의 지금의 힘도 의문스럽다-느니 뭐니. ...도대체 왜 그런 소리를 한거지. 우선 자기자신이 오로치라고 해도 물리쳐버릴꺼다-라고 생각하는 주제에.

 


게다가 그럼 세 가문의 후계자끼리 우선은 KOF 이전에 만나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는 카구라의 말에, 그런거라면 합숙이 최고겠지. 라고 한술 더 나서버린 걸까. 물론 야가미 녀석이 그런 괜히 고등학생같은 화기애애한 거, 결단코 허락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야가미 녀석만 괜찮다면 카구라네 댁에서 며칠 셋이서 끊겨진 가문끼리의 교류를 다시 잇는 것도 좋고-라고 내뱉어 버린거지만. 그러니까 절대로, 야가미 녀석이 괜찮을리 없다고 생각해서 한 말이라고, 그거.

 


“어째서 허락한거냐, 너.”

 

 


그런데, 어째서인지 전개는 이런식이 되어버려서, 쿠사나기 쿄는 무거운 걸음을 옮겨 도착한 야타 가문의 집 대문 앞에 무심하게 서있는 녀석에게 이쪽의 불만을 한껏 담아 한마디 내뱉었다.

 


이미 날은 기울어 저물어가는 시간대. 일부러 이런 시간을 고른 것은 카구라의 선택이라고 했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일방적으로 - 그는 승낙했습니다. 그러니까 3일 뒤, 7시 경, 야타 가(家)로-라는 무척 불친절한 쪽지를 보내온 카구라의 생각보다 우선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것은 이런걸 승낙한 ‘상대’의 생각이다.

 


녀석은 대문아래 저문 황혼의 긴 그림자를 밟고 서있었는데, 표정이 없는 얼굴로 팔짱을 낀채, 태연하게 남의 집 대문에 기대어 서 있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폼잡고있네-라는 한마디를 내뱉어주고 싶을 정도였지만, 그런 소리보다 우선 가장 먼저 급한 소리를 했다. 딱 바로 시시한 짓 하지 마라-라고 말할 것 같았는데. 왜 허락한거냐.

 


어째서- 허락한거냐.

 


석양에 저물어가는 붉그스름한 빛의 그림자에, 야가미 이오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 즈음에 무표정한 얼굴에 미소가 서린다. 쿠사나기 쿄가 질린다- 싶을 정도로 바라본 적대의 웃음. 끌어올려진 입끝은 명백한 조소.

 


“시끄럽군, 쿄.”
“너야말로 괜히 젠체하지 말고, 말하란 말이야, 야가미. 왜 허락한건지 이유라는거 말이지.”

 


목소리에 녹아든 살의가 저릿하고 피부 끝에 닿았다. 명백한 증오, 그 증오의 근원은 쿠사나기 쿄로선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런 근원 모를 증오라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태연하게 추궁했다.

 


“흥.”

 


그렇지만 야가미 녀석, 고개 돌려버렸다. 네놈 따위에게 가르쳐줄 필요는 없다.라는 듯한 고압적인 태도라니. 흥이라는거냐, 무척 귀여워 보이는 의태어지만,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고, 뭐랄까, 그 특유의 낮은 목소리에 사람 깔보는 톤으로 들려서, 무진장 불쾌하다. 제길, 과묵한 캐릭터라 그거냐. 하나도 안 멋지다고 그거.

 

 답해줄 마음이 없는 녀석에게 헛 질문하는 것도 괜시리 자존심 상해서, 쳇하고 투덜거리며  쿠사나기는 야가미와는 반대편에 섰다. 황혼, 그늘진 대문의 그림자에 기대어서 희미하게 그 전체적인 음영이 둔한 야가미와는 명백히 다르게, 저물어가는 황혼의 찰나 자락에 걸쳐져 여전히 주홍빛이나마 비춰지는 곳에.

 

 


“근데, 왜 아직도 들어가지않고 서있냐, 야가미.”

 


대답은 없지만, 말을 이었다.

 


“나 기다린거냐?”
“헛소리.”

 


역시 헛소리지. 이건.

 


“아니면 카구라가 문을 열어주지 않은건가. 네 녀석 체면에 대문 두드리는 것도 우스웠을테니까.”

 

 이런 캐릭이 열어 달라고 문 두드리는거 역시 어울리지 않지, 역시나.

 


“...닥쳐라.”

 


하지만 과민하게 느껴지는 반응이 무척이나 희극적이라서, 이런 농담이라도 진짜인것일까 싶어 잘난 야가미가 어떤 얼굴 하고 있는지 확인차 고개를 돌렸다.

 


“어, ...어.”
“시끄럽다.”

 


아니 아니... 바라본 그것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림.자.

 

 


녀석은 이런 저물어 가는 석양인데도 태양이 닿는 곳 그림자에 있었다. 그것에 숨쉬는 것이 잠시 고통스러워졌다. 어째서인지, 저문 황혼의 빛, 그 그림자라는 것은 무척이나 진한 빛깔을 하고 있어서, 냉막한 녀석의 얼굴에서 드물게 쿠사나기 쿄에 대한 살의는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아니, 어떤 얼굴이고 뭐고, 녀석은.
어.떤. 표.정.도 하고 있지 않았다.

 

 

 


조소, 살의, 적대, 증오. 그런 것만 보여준 얼굴이, 그 어떤 표정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새삼 이상하다. 그렇지만,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자신 또한 이상하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새삼 무표정한 거 봤다고 해도 야가미 녀석은 야가미. 자신을 죽어라 싫어하고, 죽어라 싫어하기 때문에 정말 죽이려하는 단순한 녀석. 그런 녀석일 뿐이다. 어떤 표정, 어떤 얼굴을 하든 쿠사나기 쿄에게 있어서 야가미 이오리는 그런 녀석일 뿐이라고.

 

 그런것이 변하게 되는 일은 없다고.

 어째서인지 자신에게 두 번씩이나 말했다.

 


문득 올려다 본 하늘은 여름의 황혼을 녹여 만들어 붉고, 주황이고, 그리고 슬슬 그 끝을 밤에게 내주어 희미한 푸른 빛. 그런 색조와 달리 끈적한 여름의 공기는 정오 때부터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는데 지금도 쭈욱 이어지고 있다. 후덥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다. 아아, 덥다. 저녁에 다 달아 공기의 열은 낮아지는데도, 그 습기는 어디로 사라지지 않아 피부를 끈적끈적, 불쾌하게 했다. 달라붙는 그 불쾌를 떨치려듯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근데, 대문 안 두드릴 셈이야, 야가미?”
“...”
“언제까지 이런데 서 있을수도 없다고, 모기 물려버리면 아깝잖아, 비싼 피인데.”

 


이런 질 낮은 농담이라도 상대로부터 오는 것은 여전한 침묵. 쿄는 깊이 허파로부터 끈적한 한숨을 짜냈다. 으윽, 한숨조차 불쾌하다.

 


“카구라도, 너무한걸. 이렇게 바깥에 세워두다니.”
“그렇게 말씀하시나면 무척이나 죄송합니다만...”
“왁?! 치, 카구라?”

 

 


본인의 발언의 문제도 있어 조금은 과하게 놀란 쿄는 저문 황혼에 희미하게 붉음이 서린 새하얀 경장차림의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쪽에 고상하게 기다릴줄 알았는데 어째서인지 그녀는 한손에 무언가 음식재료가 가득 담긴 봉투를 들고 서서, 쿠사나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치즈루는 표정을 전혀 읽을 수 없는 기묘한 얼굴로, 대문의 양쪽에 나란히 선 이오리와 쿄를 흘긋 바라보더니, 조용히 쿄에게 정중하게 말을 전한다.

 


“어째서 두 분 이렇게 서 계신 건가요?”
“에, 그게... 에, 그런데 손에 든 건 뭐야, 카구라.”

 

 뭐라 말해야 되는 걸까.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저도 모르게 또 가장 궁금한걸 하나 뽑아 질문해버렸다. 무슨 멍청한 짓이냐. 아무리 봐도 저녁 반찬거리잖아.
이것입니까?하고 무언가가 한가득 든 봉투를 들어보이는 그녀는 침착하게 입을 연다.

 

 “합숙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직 쿠사나기씨는 제 질문, 대답해 주시지 않으셨습니다만...”
“에, 그게. 문을 안 열어 주길래...”

 

 

 난처한 질문에 긁적긁적 코끝을 긁자, 그녀는 탁탁하고 걸음을 옮겨 엄밀히 쿄의 등 뒤에 있는 벨을 꾸욱 눌렀다. 벨소리와 함께 들리는 사용인의 목소리와, ‘저입니다’하는 카구라의 목소리. 그리고 열리는 대문.

 

 

 “그럼 들어가시죠, 야가미도, 쿠사나기도.”
“...”

 

 

 어째서 이런 옛날 전통 있어 보이는 저택에서 초인종 같은 현대적인 걸 쓰는 거야! 전혀 생각도 못했잖아!!! 상식을 뒤트는 반전에 멍해져버려서, 야가미를 돌아본다.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그야말로 무표정한 얼굴로 카구라를 뒤따르고 있다. 어떤 의미로, 역시나 굉장한 녀석이다...라고 생각하고, 쿄 역시, 치즈루를 뒤따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by 레몬밤 | 2006/06/29 22:01 | 트랙백 | 덧글(0)

석양과 달 프롤로그에서.

 
A라인과 B라인을 일종의 패러렐로 본다면 본인은 B라인보다 A라인이 더 좋다.

근데 본편하고 이어지려면 B라인이 더 맞아..낄낄;


그치만 A라인에 나오는 히메미야와의 네타를 버릴 수가 없어!

뭔가, 3년전, 데뷔를 빌미로 수작을 걸어오는 히메미야를 날려버렸다가 데뷔 좌절- 이 된 이오리라든가,

아니면 마지막에 코노에를 무대에 올릴 수 있게 하기 위해 히메미야에게 이렇고 저런 짓 당하는 이오리라든가,

망상이 무럭무럭...ㅎㅇㅎㅇ


물론 이오리가 그런 인간이 아니란 건 알지만 망상은 자유. 응 어디까지나 자유인게죠.

by 레몬밤 | 2006/06/25 01:40 | 잡설 | 트랙백 | 덧글(0)

KOF 일레븐 쿄&이오리 스토리

 

~일레븐 쿄&이오리 팀 스토리.



「그럼 카구라 씨, 무슨 일이 있어도 다음 KOF에는 안 나오시는 겁니까?」
「예. 제 몸은 둘째치고라도, 제겐 이제……」

카구라, 아니 야타 치즈루는, 병원의 침대 위에 누워 힘없이 시선을 떨궜다.
신고는 알 리가 없었지만, 애쉬 크림존에게 삼종의 신기로서의 「힘」을 빼앗긴 이상, 그녀는 이미 쿠사나기나 야가미와 같은 선상의 존재가 아니다.

「저는 이제 정말 기도할 수밖에 없네요. 쿠사나기와 야가미가 한 번만 더 힘을 모아 싸워 주기를……」
「그, 그거라면 괜찮슴다!」
속으로는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어쨌든 신고는 기세 좋게 외쳤다. 
「하지만...」
「이 야부키 신고가 어떻게든 부탁해 보겠슴다!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고 부탁드리면, 쿠사나기상도, 그리고 설령 야가미상이라도, 흔쾌히 승낙해줄 거니까요!」


※  ※


「……이렇게 됐으니 야가미상과 같이 등록해주세요 쿠사나기상! 가능하면 흔쾌히!」
「바보같은 소리도 작작 좀 하지 그래」

길거리에서 쿄를 찾아내 땅에 꿇어앉아 부탁해오는 신고에게, 쿄는 예상대로 냉정한 대답을 할 뿐이었다. 그러더니 신고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그대로 가던 길을 가려 한다.
「그치만, 예전에는 같이 팀을 짠 적도 있잖아요!」
「그건 카구라가 하도 부탁해서 어쩔 수 없이 한 거라구. 애초에 야가미 자식이 이런 얘기를 받아들일 리가 없잖냐!」

쿄, 이오리, 카구라 치즈루 셋이서 출전했던 저번 대회.
그건 그 3명이 수백년에 걸친 미묘한 관계에 있었기에 성립했던 기적 같은 일로, 다시 한번 그런 상황이 찾아와줄 거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카구라를 빼면 누군가 다른 한 명을 넣어야 하는데, 쿄와 이오리가 둘 다 납득할 만한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아, 그거라면, 제게 생각이 있슴다!」
「……뭔데, 일단 들어주긴 할 테니, 말해 봐라」
「접니다 저!! 저 야부키 신고!」

신고는 싱글거리고 있었지만, 그 웃는 얼굴의 중심에는 장난이나 농담 같은 게 들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진심이라는 거다.

「……못 들은 걸로 해 두지」


※  ※


긴 여름 해가 지고, 동쪽 하늘에 그믐달이 떠올랐다.
후덥지근한 저녁 무렵. 바람조차 불지 않아, 무덤 앞에 피어오르는 두 줄기의 연기가 흔들림 없이 곧게 위로 올라간다.
작은 무덤 앞에 우뚝 서 있는 한 남자에게, 또 하나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분향이라도 하는 거냐, 야가미」
「……」

무덤 앞의 분향대에는 불을 붙인 담배가 하나 놓여져 있다. 거기에 야가미 이오리의 입에 물린 담배. 그 두 줄기의 연기가, 실처럼 하늘로 이어져 있다. 둘은 고개를 돌리지도, 얼굴을 마주보지도 않고, 무덤 앞에 나란히 서 있었다.

「올해로 몇 번째 기일이었더라?」 
「……네 녀석, 언제부터 다 아는 것까지 남에게 묻게 된 건가」

둘 다 조용한 말투다. 평소 대화에 돋혀 있던 가시는 온데간데없다. 마치 눈 앞에 있은 자그마한 석비가 부전(不戰)의 오브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저녁 노을 아래 남겨진 매미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네놈의 제자가 매일 삐약거리면서 귀찮게 한다. 어떻게든 해라」 
「딱갈이 일상까지 내가 일일이 책임져야겠냐. 네 녀석이 알아서 하면 되잖아」
「……좋아」

야가미는 짧아진 담배를 발밑에 버리고, 새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쿄가 손을 들어 바로 옆에 라이터를 내민다.
꽤나 거칠게 다룬 오래된 것으로 여기저기 도금이 벗겨졌고, 뭔가 영어가 새겨져 있다.

그 뚜껑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뒤로 젖혀지더니, 심지가 마찰되며 불이 켜졌다. 오른손만이 야가미를 향해 뻗어져 있을 뿐, 몸과 얼굴은 여전히 정면을 향한 채다.

「라이터를 갖고 다닐 필요가 있나?」
「받은 거라서 말야」

야가미는 주머니에서 자신의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켜고, 한손으로 바람을 막으며 담배에 불을 붙혔다. 쿄가 작게 혀를 차며 뚜껑을 닫는다. 주위가 아주 조금이나마 어두워졌다.
야가미는 똑바로 옆으로 발을 옮기고 천천히 그 곳을 벗어나려다, 몇 걸음 안돼 멈췄다. 

「……」
「아직 무슨 볼 일이 남은 거냐, 야가미」

여전히 무덤 앞을 향한 채로 쿄가 묻는다.

「네놈과의 결판은 낼 거다. 네놈을 죽이는 건 바로 나다」
「……」
「그러나, 그 전에 해결해야 할 일도 있지」
「……그런 것 같군」

쿄의 귀에 야가미가 발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그 소리는 조금씩 멀어져 가더니, 이윽고 사라졌다. 묘지에 설치된 가로등이 켜진다. 야가미가 서 있던 장소를 황량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춘다. 버려진 담배꽁초에는, 진홍빛 얼룩이 져 있었다.


※  ※


KOF 제 1회전, 일본 회장.
신고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성의 정문(大手門) 앞에서, 쿄와 이오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출장 약속은 커녕 상대조차 해 주지 않았을 뿐더러, 이오리에게 진짜로 죽을 뻔 한 적도 여러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애원했건만 결국 노력만으로 끝났다.

신고는 떠올렸다. 몇 주 전 자기 자신이 한 말을.

「알겠죠, 두 사람 이름으로 등록해 둘 거에요!
꼭 오셔야 돼요! 믿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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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공부하느라 번역해 봤습니다만, 번역이란건, 할수록 어렵군요.

얼마 전에 좋은 번역에 대한 포스팅 같은 걸 보고....
의역하느라 발버둥쳤더니 이도저도 아닌 더 이상한 번역이 되어버린듯.

게다가 잘 안보이는 한자가 너무 많아!!!
원래 돌고 있던 번역본에 빠진 문장이 많은 것도 그런 부분을 그냥 다 뛰어넘어 버려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결국 그 번역본을 참고했습니다만. 문장 잔뜩 빼먹고 오역도 많지만 의외로 의역이 괜찮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똑같게 한 부분도 많습니다.

by 레몬밤 | 2006/06/19 16:55 | 번역 | 트랙백 | 덧글(0)

브리오리

 



제정신과 광기의 경계에서, 너만이 나의 유일한 리얼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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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브레스 버전 이오리입니다.
쉽게 말해서 이오리코입니다(....)
 
너덜거리는 의식 중에 남자들에게 윤간당하다가 어느 순간 폭주, 주위를 피바다로 만든 뒤,
다시 멍한 정신 속에서 쿄를 떠올리는 이오리- 같은 걸 망상하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주위에 조각난 시체가 쌓여 있고 그 가운데서 웃고 있는 이오리 버젼도 그렸습니다만;;;
수정하기가 귀찮아요ㅎㅂㅎ
 
인체와 포즈 참고는 [세라픽 페더] 에 있는 우타타네 히로유키 씨의 일러스트.
 
 
....아, 혹시나 해서 덧붙이지만 이오리는 절대 [보쿠] 안씁니다.(...)
저기 써넣은 보쿠는 그냥 어감상 썼을 뿐(.........)
 
 

by 레몬밤 | 2006/06/16 21:28 | 낙서 | 트랙백 | 덧글(4)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확실히, 목마르면 스스로 우물을 파게 되는데,

최근 남의 우물에서 꽤 퍼다 마실 수 있게 되다 보니 자기 삽은 놓아버린 상태.



............하루빨리 시험이 끝나야 할텐데(먼눈)

by 레몬밤 | 2006/06/09 22:45 | 트랙백 | 덧글(2)

-_-;

 
게이머즈 1월호의 킹오파 일레븐 쿄&이오리 스토리 번역,

........틀렸잖아!! 버럭!!

그거 참고해서 번역한 난 뭐가 되는 거냐OTL

제길~ 앞으론 번역기를 돌리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 원문 보고 확인하리라;ㅁ;

by 레몬밤 | 2006/06/04 20:11 | 잡설 | 트랙백 | 덧글(0)

쿄와 이오리, 불꽃을 다스리는 자

 
BL계열 작가분이 쓴 97 오로치편 오리지널 소설.

그러나 내용은 쿄와 이오리를 중심으로 썼을 뿐 지극히 노멀...

좋아하는 부분만 번역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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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거세게 뛰고 있다.

숨쉬기가 힘들다.

괴롭다.

이오리는 가슴 언저리를 세게 움켜쥐며 벽에 기댔다.

쿄, 치즈루와 헤어져, 정원으로부터 안쪽의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섰을 때,

갑자기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발작이 이오리를 덮쳤다.

격한 기침 사이로, 띄엄띄엄 호흡을 한다.

쿄와 이야기하는 동안 억누르고 있었던 발작이, 다시 기승을 부린다.

오로치의 피가 출구를 찾아 이오리의 안을 돌아다니며 날뛰고 있다.

쿄와 마주친 것으로 인해 한층 활성화된 듯한 느낌이다.

(안돼....지금은 아직....)

몸이 나른하다. 팔도 다리도 추를 매단 듯이 무겁다.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화가 났다.

심한 마른 기침이 점차 습기를 띠어 간다.

「욱」

주르륵 흘러내린 체액이, 손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그것은 손가락 사이로 방울져 떨어져, 보도블럭에 붉은 핏자국을 만들어 갔다.

시야가 어둡다.

(안돼....아직 결착을 내지 못했다)

벽에 몸을 기댄 채로, 이오리는 스르륵 걷기 시작했다. 발걸음이 무겁다.

(아직...이다...)

「이거 이거 무슨 꼴이신가. 이게 그 악명높은 야가미 이오리란 말이야?」

흐릿한 시야 가운데, 누군가가 서 있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볼 수가 없다.

굉장히 싫은 느낌이 들었다. 구토가 밀려올 정도의 불쾌감. 매일 밤, 이오리를 괴롭히고 있는 악몽과도 닮은 기분나쁜 감촉.

그 근원으로부터 도망치려는 듯이, 이오리는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뒤에서 남자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누구냐.....?)

「햣-하하. 빌리 자식을 반 죽여놨다고 해서 얼마나 엄청난 놈인가 했더니, 이거야 뭐 죽다만 환자 아냐」

(적....?)

쌕쌕거리는 자신의 숨소리가 시끄러워서, 주위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어이, 그렇게 힘들면, 내가 편하게 해 줄까?」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작게 호흡소리에 섞인다.

「거슬린다......꺼져.....」

쉰 목소리로, 보이지 않는 남자를 향해 내뱉는다.

「햐하하하」

깔보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그곳에서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무시하고 걸어나가려 한 순간, 이오리는 우악스러운 힘으로 벽에 내팽개쳐졌다. 남자의 오른팔이 이오리를 붙들고 있다.

「어딜 가려는 거야? 아앙?」

스윽, 하고 가까이 남자가 다가와서, 가까스로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살짝 검게 그을린 피부. 가운데를 금발, 옆쪽을 흑발로 남겨둔 머리스타일은, 이전에 봤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한쪽 손은 겁없이 주머니에 꽂아넣은 채다.

입가에는 히죽 일그러진 미소를 떠올리고, 눈에는 피에 굶주린 광기의 빛이 머무르고 있다.

한기가 도는 눈동자.

사람의 목숨 따위, 길가에 굴러다니는 담배꽁초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그런 남자의 눈이다.

「더러운 손 치워라. 네놈에게 볼일 없어」

멱살을 붙잡혀, 벽에 밀어붙여져 있어도, 이오리의 어조는 변함없다. 이오리는 붉게 물든 자신의 손으로, 남자의 목을 붙잡았다.

「죽고 싶나」

이오리가 불을 내는 것보다 빠르게, 남자가 이오리를 한쪽 손으로 내던졌다.

「크악」

이오리는 보도블럭 위에 쓰러져, 어깨를 강하게 부딪혔다.

고동이 뛴다.

분노에 마음이 녹아들어 간다. 아픔도 어딘가로 사라져 간다.

이오리는 천천히 일어서서, 입가를 더럽힌 피를 쓰윽 훔쳐냈다.

시야는 깨끗하다. 잡음도 없다. 숨쉬기 괴로웠던 것도, 몸의 나른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후욱, 하고 이오리의 주먹에 푸른 화염이 깃든다.

「죽여 주지」

「호오. 그치만 말야....그건 내 대사라구」

남자의 팔과 이오리의 팔이 소리를 내며 서로 부딪혔다. 서로의 격한 살의가 팔을 통해 전해져 온다. 이오리의 안에 있는 오로치의 기운이 크게 팽창한다. 자신이라는 껍질을 찢고 나와 날아오르려 한다.

(안됏)

한순간의 주저가 빈틈으로 이어졌다. 남자의 공격을 미처 눈으로 쫓지 못하고, 이오리는 명치에 무거운 일격을 맞았다. 또다시 보도블럭 위에 무너져 내린다. 바로 위에 남자가 덮쳐 왔다.  

「멍청하긴. 죽어 주셔」

「그렇게 냅둘 것 같냐」

이오리의 목줄기를 노리고 내리꽂혀진 주먹을, 옆에서 쿄가 막아냈다. 단단히 맞부딪친 팔에, 이번에는 홍련의 불꽃이 깃든다.  

「쳇」

남자는 재빨리 물러나, 갑자기 나타난 쿄와 마주봤다.

「뭔 속셈인지 모르겠지만, 이녀석 대신에 내가 상대해 주지」

쿄는 야마자키를 향해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그 모습에는 한치의 빈틈도 없다.

「흥. 뜻밖의 방해꾼이 끼어들었군」

「이봣」

남자는 전의를 상실했는지 발걸음을 돌려 그 장소를 떠나가 버렸다. 남겨진 쿄는 분한 듯이 주먹에 깃들어 있던 불꽃을 쥐어 꺼뜨렸다.

「망할 자식」

내뱉듯이 그렇게 말하고, 아직 벽돌 위에 쓰러져 있는 이오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이 야가미. 뭐야 그 꼴은. 너 대체......」

이오리는 고통스럽게 호흡하면서, 멍하니 쿄를 바라보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쿄는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런 이오리는 본 적이 없는 것이다.

「너....괜찮아?」

이오리는 느릿느릿 일어서려 했다. 쿄가 손을 빌려주려 하자, 그 손을 쳐냈다.

「건드리지 마라......」

쉰 목소리로 그 말만을 하고서, 벽에 손을 짚고 일어서더니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걸음도 채 안돼, 쿄의 눈앞에서 다시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야가미!」

달려든 쿄가 손을 내밀어도, 이오리는 그것을 눈치채지도 못했다. 쿄 따위 그곳에 존재하지도 않는 듯이,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이려 하면서, 중얼중얼 같은 말을 되뇌인다.

「나는.....누구에게도 당하지 않는다. 네놈을 쓰러뜨릴 때까지는......」 

일어나려 하던 이오리의 몸이 갑자기 꺾인다. 바닥에 손을 짚고, 쿨럭거리며 격하게 기침한다.

「우욱」

「이봐!」

이오리의 손가락 사이로부터 뚝뚝 떨어져내린 피에, 쿄는 놀라서 목소리를 높인다. 선혈은 가슴팍에도 흘러들어가 하얀 셔츠를 물들여 간다. 이오리는 망연한 눈빛으로, 들러붙은 피를 바라보고 있다.

(아직이다............)

눈으로 들어오는 자극은, 붉은색 뿐.

그대로 이오리는, 바닥 위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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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야마자키에 의해 벽에 밀어붙여져서도 평소와 똑같이 고고한(...응?) 이오리라든가.

이오리 위에 올라탄(....) 야마자키라든가.

(번역이야 [덮쳐왔다] 라고 했지만 원래는 [덮쳐 내리누르다, 올라타다]니까. ......랄까 [덮쳐왔다]도 엄하긴 마찬가진가?;)

쿄에게 [사와루나...(만지지 마, 건드리지 마)]라고 말하는 이오리라든가.

아무튼 여러모로 이 대목 좋아합니다.


물론 소설 자체도 출판사에서 문고판으로 나온 만큼 퀄리티는 good.

제길.....이 소설 삽화 하신 분이 이오리x쿄 지지자만 아니었어도 두배는 즐겁게 봐줬을 텐데.

게다가 미묘하게 글쓰신 분도 암경인 듯??
(......내용이야 노말이지만 저변에 깔린 베이스가 어쩐지 그래보여-ㅅ-;;)

by 레몬밤 | 2006/05/31 11:28 | 번역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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