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04일
글쎄 이바닥 좁다니까요?
본인이 지금까지 접촉했던 거의 모든 킹오파 팬분들을 만날 수 있음.....-ㅂ-;;;
# by | 2006/10/04 16:20 | 잡설 | 트랙백 | 덧글(2)
# by | 2006/10/04 16:20 | 잡설 | 트랙백 | 덧글(2)
# by | 2006/08/22 22:39 | 잡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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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타의 가문은 고요하고 정숙했다. 들려본 적 있는 곳이지만, 항상 그렇듯이 무언가가 정갈한 느낌이 있다. 쿠사나기 가는 무(武)를 수행하는 곳이기에 동(動)적이라면 야타 가의 저택은 뭐랄까, 정(靜)적이었다. 가라앉은 분위기. 고요한 느낌. 전체적으로 색조는 새벽과 같은 푸른빛. 조용히 자리해 마주한 치즈루는 정좌가 영 불편해 보이는 쿄와 이오리를 마주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로치의 힘은 세상에 풀려났고 그 봉인을 풀기위해 어둠속에 암약하는 자들이 있다. 그 힘은 신화시대에서부터 이어져온 것이라 강대한 것.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치를 봉인한 신적의 피는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것이 삼신기 가(家)라 불리는 쿠사나기, 지금은 개명한 야사카니, 그리고 야타.
그럼에도 오로치와 그를 받드는 팔걸집의 힘은 강력하고 막아서기 위한 세 가문의 결속도 오랜기간 동안 교류가 단절되어 미약하다. 대를 물러 이어져온 봉마(封魔)의 염(炎)과 파사(破邪)의 염(炎). 현대에 와서도 그 피의 계승은 이뤄져 지금의 계승자역시 그것을 다룰수 있다고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쿠사나기 가의 후계자는 시조를 능가하는 힘이라고까지. 하지만 그래서는 모자란다고, 그녀는 판단해 쿠사나기 쿄의 견해를 받아들였다.
“오로치와 삼신기에 대해선 이미 설명을 들어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이것에 대해선 저는 더 이상 해드릴 말은 없는데다, 쿄씨와 이오리씨 모두 계승자로서의 자질은 매우 우수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힘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습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께 꼭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부득이하게 호출하게 되었습니다.”
“으음.”
살짝 사용인을 손짓한 그녀는 무언가를 가져오게 했다. 오래 성숙된 오동나무에 숙련된 장인이 힘을 더해 만들어진 궤는 매듭처럼 무언가 복잡한 것이 얽혀있다. 척봐도, 심상치 않은 물건.
“그동안 야타 가에서 맡아두고 있었던 삼신기입니다.”
“뭐? 그거 국보로 어딘가의 박물관에 있는거 아닌가요?”
“천왕에게 주어진 삼신기는 작금에 와서 진품은 아닙니다. 아니 그런 문제와 달리, 애초부터 이것은 천왕의 신물과는 그 궤가 다르지요. 이 것은, 세 가문-쿠사나기, 야사카니, 야타의 결속의 증거로서 쭉 야타가 맡아온 물건입니다.”
“그걸 보이려하는 이유는 뭐지?”
“물론, 지금에서야 세 가문의 연이 이어지는 와중에 그 증표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있던 야가미 녀석이 한마디 던진 것이다. 치즈루는 궤의 두껑에 손을 얹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래도 마음깊이 담은 한마디만큼은 결코 하지 않았다. 당신을 위해서-라고는. 그런말 해버리면 이 고집센 남자는 분명히 쓸데없는 짓이다.따윌 해버릴 테니까.
신적에 든 피를 이었다고 해도 그 몸에 또 다른 반신을 담았다. 그것이 육신에 주는 부담은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예부터 야가미가의 후계는 단명했다. 그것은 명백. 그 육신에 녹아버린 뱀은 독을 그 혈관에 흘리고 그 생명을 새어 보낸다. 뱀을 뿌리 뽑아내지 않는 이상, 야가미 이오리의 죽음은, 머지않은 미래에 확실시 된다. 쿠사나기의 후계인 쿄로서는 모르는 일이겠지만, 본인 야가미는 누구보다도 확실히 알고 있겠지.
“시시한 짓이군. 게다가, 이어짐도 뭐도 없다. 오로치를 물리친 다음엔 쿄 녀석도 죽여버릴테니까. 한시적인 일일 뿐일텐데.”
“아직도 포기 안했냐, 너.”
샐쭉하니 쿄가 질린다는 듯 내민 말에 이오리는 답하지 않았다. 쿠사나기와 야가미, 두 가문의 후계자의 모습을 잠시 관찰하던 치즈루는 조용히 궤의 봉인을 뜯어냈다. 황홀하고 강렬한 신적의 향.
늦은 어둠, 눅눅해지는 밤하늘이 놀랄 정도의 오색의 광채.
“이것이, 삼신기...?”
“네, 이것이 쿠사나기의 검, 야사카니의 곡옥, 그리고 야타의 거울입니다.”
파괴적이고 위압적인 파사(破邪)의 힘을 뿌리는 검과 정순하고 고요한 봉마(封魔)의 힘을 발하는 곡옥, 그리고 조용히, 주장 없이 존재하는 호수와도 같은 거울. 먼 옛 시조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세가지 신물. 수십세기를 거슬러 내려와 현재에 와서도 그 신격을 잃지 않고 있다. 저물어 빛은 어둠에 달해, 황혼은 지나고 본격적으로 어둠에 몸담는 것들이 활동하기 시작한 나름에 이것을 열어 보이는 것은 순수하게 검은 것에 오염된 야가미 가의 후계를 위한 배려.
“뭔가, 굉장한 걸.”
“지금에 와서는 단지 신의 힘이 스미어든 신물로 끝나, 세 가문의 상징에 불과할 다름입니다. 애초부터 삼신기의 힘이라는 것은 스사노오노미코토의 갈라진 세 핏줄에 전해지는 힘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말이지...”
쿄는 무척이나 신기한 것을 본 듯한 얼굴로 연신 감탄사를 흘렸다. 삼신기라는 전설에 접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희미하게 체내를 떠도는 불꽃이 쏠려드는 느낌이 있다. 이 것엔 강한 것의 냄새가 남아있다. 선명하리만큼 진득한 풍취. 무도가로써 싸워보고 싶은 녀석,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방대하고 압도적인, 인간으로선 쫓을 수 없는 신의 냄새.
피로 전해지는 전설의 스사노오노미코토의 힘일까, 그도 아니면 그에 의해 봉해진 오로치의 힘인지. 세 신물, 특히 조용하고 사근사근해 느낌이 적은 야타의 거울과 달리 쿠사나기 검과 야사카니의 곡옥에 서린 힘의 이미지는 종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뒤엉켜 섞여 있었다.
왜일까.
“...가슴이 뛰는데.”
쿠사나기 쿄는 불꽃의 태동을 느꼈다. 체내에 담은 피에 녹은 불꽃이 울렁이면서 이 파동에 동조를 더한다. 심장이 한번 박동할 때마다 격류처럼 혈관을 내달린다. 막힘없이 내달리는 불꽃은 체내를 일주천. 머리를 꿰뚫자, 어째서인지 가슴이 시원해졌다. 뭐라 형용하기 힘든 상쾌한 기분이 되어서 이런 느낌을 이오리 녀석도 받았을까 싶어 흘긋 얼굴을 훔쳐본다.
왜인지 녀석의 얼굴을 훔쳐 보는게 버릇이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 되는 모양인데... 왜 그런거냐. 이유는 잘 모르겠다만.
그 솔직한 대답에 치즈루는 살짝 입술 끝에 미소를 그렸다. 과연 쿠사나기의 핏줄. 태양과도 같은 강렬함에 솔직하게 응하는 것은 신적, 원류에 닿는 거대한 힘 앞에서도 천성을 잃지 않았다. 반면에...
“...불쾌하군.”
에?
“치워라.”
아, 아?
소용이 없었던 걸까. 먼 옛날 야사카니의 정순한 -봉마의 피가 묻어있을 터인 신기의 빛을 쬐여 조금이나마 그 혈관에 녹아있을 오로치의 피를 잠재워 보려했건만 역시... 그리 쉽게 되진 않는다. 약 7백여년에 걸친 저주가 그리 쉬이 해소될리 없을 것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치즈루는 애석해하면서 함을 닫았다.
“...앞으론, 쓸데 없는짓 하지마라.”
“에, 왜 닫아버리는 거야, 기분 좋았는데.”
“직접적인 발언이지만, 야가미 가에겐 현재에 있어 치욕과 같은 상징입니다. 불쾌해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차갑게 느껴지는 말. 그것이 현재의 쿠사나기와 야가미의 관계. 주조된 사슬로 얽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악연. 하지만 그것이 어쨌다는 거야. 하고 조금은 어린애처럼 쿄는 소리내 투덜거렸다. 그렇지만 치즈루는 조용히 닫은 궤를 사용인에게 건냈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스며드는 어둠이 어느새 밤을 고하고 있다.
“우선 저는 두 분의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저녁 이후에 바깥채의 방으로 모시지요. 이부자리는 미리 펴두었지만, 수학여행 온 샘 치고 신나게 우정을 쌓아주세요.”
“무슨 소리냐.”
역시 거기까지 하는거냐. 카구라의 엄청난 폭탄발언이 들리자 쿄는 한숨처럼,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야가미의 묵직한 목소리가 이처럼 그리워지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응, 그래. 무슨 소린지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아, 나.
“음주와 가무는 엄금. 화기도 엄금입니다. 불꽃같은 것은 자제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 지금.”
“학생과는 거리가 멀지만, 조금은 학생다운 것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아니, 조금은 학생다운 짓을 좀 해주세요.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쿄씨가 말씀하신 그대로, 세 가문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니까.”
우왓, 그런 말 해버리면 어떻게 해요, 카구라!
“지금, 무슨 소리지, 쿠사나기....?”
“아니아니, 나는 그게 말이야. 역시 말이지.”
“...”
“그, 그러니까 KOF라던가로 청춘의 학교 같은거 놓쳐 버린거 아까우니까, 그, 그래 말이지. 야가미의 지나간 학교 청춘 비바~랄...까. 이러니 저러니 해서 여름 합숙에 학생다운 느낌을 몇가지 이야기 한것 뿐인데...”
“...죽고 싶나, 쿄.”
“그래도 네 손엔 안 죽고 싶으니 사양하지...”
저엉말로 진짜, 절대로 야가미랑 친해지고 싶어서 한말이 아니고 반쯤 장난이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나. 평소보다 과하게 화난 듯한 야가미가 이해가 가지만, 카구라는 이런 폭탄같은 녀석을 앞에 두고 차분하게 찻잔에 차를 따르며 말을 이었다.
“유카타는 두 벌 준비해 놓았습니다. 갈아 입고 주무세요. 아참, 그리고 베개싸움이라던가 카드놀이라던가로 밤을 새셔도 좋습니다. 베개싸움이라는 건 사나이들이 전통적으로 우정을 쌓는 공식적인 놀이라고 들어서, 모쪼록 베개도 방에 많이 준비해두었으니 즐겨 주십시오. 저녁시간은 한시간 뒤에 있을 예정으로, 우선 이런 여름 날씨고 해서 목욕 준비를 시켜두었습니다. 우선 씻어주세요. 욕탕은 하인에게 안내, 부탁해 놓았습니다. 그럼 저는 저녁 준비를 위해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총총히 나가버렸다. ...등뒤엔 살의를 뿌리는 악귀가 하나. 제발 단 둘이만 놓고 가지 마, 카구라...! 쿠사나기 쿄에게 있어서 악몽 같은 하루가 끼이익하고 비틀린 소리를 내며 열리고 있었다.
# by | 2006/06/29 22:01 | 트랙백 | 덧글(0)
생일 선물로 네이버 이웃이신 영달님에게 받았습니다.
몇번이나 쓰는 말이지만 정말로 받고 나서 기쁨의 댄스를 106분간 추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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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京庵]
등사(螣蛇)
징후를 느낀 것은 짧은 촌각이었다. 말없이 왼팔을 들어 본다. 그것은 분명히 인간의 것이다. 단단한 사내의, 왼팔. 잠시 그를 바라보자, 팔의 혈관이 꿈틀거리며 용트림한다. 살아있는 것이 헤집고 다니는 것인양, 얇은 피부를 찢을듯 꼬리쳐 기어오른다.
- 혈관을 기어오르는 흉험한 불꽃이 있다.
손등의 혈관에서부터 꿈틀거리는 무엇. 불쾌하리만큼 선명한 이(異)를 더하고, 붉은 동맥을 거슬러 억지로 기어오른다. 손등, 손목, 팔, 어깨. 혈관을 거스르는 것의 징후에 야가미는 어깨를 움켜쥐어 단단한 손자국을 남겼다. 피부를 얼룩지게하는 다섯 화인(火印). 흔을 남기며 입술 끝을 비틀어 표정을 그린다.
- 기어오르지 마라.
거슬러 올라오는 것에게 경고한다. 손톱 밑에 살점이 긁혀 남았다. 손가락 끝이 붉게 더럽혀진다. 그래도 꿈틀거리며, 붉은 피에 녹은 괴물은 피의 흐름- 순리에 저항하며 깊은 원류에 닿기 위해 발버둥친다. 명확히 노리는 것은 심장.
거슬린다. 미간을 살짝 꿈틀거리며 입술을 열었다.
- 기어,
간신히 입술 깨물고,
- 오르지 마라.
비틀린 목소리를 짜낸다. 당장이라도 피부를 찢고, 그 근육을 헤집어, 혈관 째 그의 몸을 기는 것을 잡아 뽑아내고 싶은 욕망을 비틀어 참아내길 몇 초. 목소리가 닿은 것인지, 손뻗은 왼팔의 꿈틀거림이 서서히 피에 다시 녹아 가라앉는다. 바라보던 왼팔을 거두었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왼팔은 그저, 왼팔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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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오롯히 밤에 스미고,
뱀은 달그림자에 얽혀 붉은 피를 푸른 것으로 산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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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와서 하도 더워서 잠시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일까, 아무래도 야가미 이오리라는 녀석과 알고 지낸것이 상당히 오래된 듯한 느낌이다. 알고 지냈다고 하는 것은 조금 미묘한가. 하지만, 일방적으로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녀석과 주먹질하면서 나름대로 꼬박꼬박 얼굴도 마주했고 말이지. 일단 이름도 알고, 제법 교류도 정기적이었으니까, 알고 지냈다고 해도 틀리진 않겠지.
아니 그 이전에, 사실은 이제까지 모르고 지냈다는 것이 이상한 거겠지. 무엇보다도 이쪽의 인연은 수십세기를 거슬려 올라간다. 봉하는 -야사카니, 베는 -쿠사나기, 수호하는 -야타. 야마타노오로치를 물리친 원류, 신적에 든 핏줄이 셋으로 나뉘어져 하나의 목적으로 갈려졌었다. 분명히 멀디 먼 옛날에는 나름 교류가 있었을 것이다. 우와, 그거 그러고보니 굉장하군. 쿠사나기와 야가미라는 녀석이 나름대로 얼굴 마주하며 쎄쎄쎄했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건가.
뭐야, 나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새삼스럽게 야가미 그 녀석이랑 무슨 먼 옛날 이야기를 들먹여서 친해지기라도 하고 싶다는 것도 아닌 주제에, 무슨 헛생각이람.
솔직히 말하자면... 에, 뭐. 그런거다.
그러니까, 카구라도 이쪽 이름 알고 있었지. 야가미 그 녀석도 분명히 날 먼저 알고 있었고. 하긴 분명히, ‘그런 사건’ 이후로 갈라서게 되어버렸다고 해도, 역시 상대의 가문 후계자 같은거 모르는 내 쪽이 이상한거겠지. 그러니까 그것이 굉장히 어디서인가 져버린 듯한 기분이 드는 거다. 여하간, 아버지는... 그런 오래된 이름 갖고 주먹질을 하는 거라면 좀 확실하게 가르쳐주지 않고. 야가미 녀석도 자기 멋대로 먼저 나를 알아 가지고선. 이런 기분나쁜 패배감을 주고 말이지.
우우,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불평을 하는 것은 분명 여름 탓일 것이다.
셔츠 앞자락을 팔락팔락 흔들며 흘러 떨어지는 땀을 증발시켜 체온을 낮춰보러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역시 더위는 가시지 않는다. 마치 손으로 터는 먼지처럼, 이내 끈적하게 달라붙어 불쾌를 더했다.
이런 날씨는 정말 싫다. 여름은 무덥거나, 선선하거나, 장마로 눅눅하거나, 여러 가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런 끈적한 시기의 여름은 도무지 좋아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런 후덥지근하고 끈적한 여름은 가슴조차 불태우는 뜨거움을 뒤로 하고 가장 먼저 불쾌를 전하는 것이다.
“후우...”
더위를 먹은 것인지, 그러니까 이런 쓸데없는 소리나 지껄이고 있다.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한숨을 쉬고 눈에 띈 자판기로 걸어가 주머니를 뒤진다. 간신히 나온 동전을 꺼내 콜라를 뽑아냈다. 꺼낸 콜라캔은 송글송글 차가운 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캔을 뺨에 가져가자 일순 차가워졌지만 끈적한 공기에 이내 기분 나쁜 것이 되어버려서, 으윽, 하고 캔뚜껑을 따서 한모금 마신다. 요란하게 식도에 걸리는 불쾌한 탄산은 갈증 해소엔 도음이 되지 않았다. 뜨거워진 식도와 내장기관을 아주 잠시 시원하게 해줄 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것이 어디냐 싶어서, 후우-하고 한모금 꿀꺽 더 삼켰다.
“진짜, 덥네.”
반쯤 콜라를 마시고 조금은 체내 장기가 시원해졌다고 생각하자, 우선은 한적한 공원 분수대에 걸터 앉았다. 등뒤로 전해지는 시원함이 맘에 든다. 머릿속의 열이 조금 몰려나가자, 조금은 냉정해졌을까. 이제야 굉장히 심각한 얼굴로, 미간을 좁혀 화딱지나는 녀석의 얼굴을 떠올린다.
“어쩌지.”
죽인다고 달려드는 귀찮은 녀석. 그것이 야가미 이오리에 대한 짧은 평가. 덧붙히자면 어째서인지 신경쓰이는 녀석. 더 부연 설명해 넣으면 왜인지 아주 오래전에 가문끼리 인연이 있었다.는 녀석. 하필이면 그런 녀석이랑 인연이 엮어서 이런 고민을 하고있는 자신이 한심스럽다. 도망치는 것같은 느낌도 들고. 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싫은 녀석이고하니 얼굴 마주하고 싶지 않은데, 하필이면 오로치니 귀찮게 굴어서. 아니 도대체 내가 뭐하자고 그런 소릴 카구라 앞에서 해가지고선...”
지금에 와선 자기 자신의 멍청함을 탓했다. 물론 그 프라이드 높아 보이는 제멋대로인 녀석이 정말 장난처럼 내뱉은 말에 응할줄 몰랐지. 아니, 카구라에게 제안 했을때조차 사실 받아들이겠냐, 그녀석-하고 생각하고 장난처럼 한건데. 큰일나버렸다. 빼도 박도 못하게 되어버렸잖아.
“여름 합숙이라니, 어쩔꺼야, 그거...”
*
사건의 전모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쿠사나기 쿄는 분명히 더위를 먹었었다.
느적한 여름의 뜨거움에 미인이지만 딱딱한 아가씨랑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가 없었고, 게다가 오로치니 뭐니 때문에 억지로 싫은 녀석이랑 팀을 짜야한다는 것도 언짢은 일이었고, 어째서인지 싫은 야가미 녀석이 무척이나 고압적인 태도로 -승낙했다.하고 말하는 것이 분명 불쾌했었던 것이 틀림없다. 이유없는 불쾌라던가, 쓸데없는 장난기라던가. 그런 것이 더위에 뒤섞여 엉망인 것이 되어서 그러니까 자신은 ‘야가미 이오리, 그는 승낙했습니다’하는 아가씨의 앞에 그런 소리를 한것이 틀림없다.
오로치를 봉인한 스사노오 미코토의 혈족. 긴 시간을 이어져온 삼신기 가(家). 현대에 오로치가 부활한다고 해도 지금같은 결속으론 오로치를 막아서긴 무리니까, 어쩌고- 로 시작해서 굉장히 쓸데없고 장황한 소리가 들어가, 그 마지막엔 세 가문의 결속이 걱정되고, 삼신기로서의 지금의 힘도 의문스럽다-느니 뭐니. ...도대체 왜 그런 소리를 한거지. 우선 자기자신이 오로치라고 해도 물리쳐버릴꺼다-라고 생각하는 주제에.
게다가 그럼 세 가문의 후계자끼리 우선은 KOF 이전에 만나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는 카구라의 말에, 그런거라면 합숙이 최고겠지. 라고 한술 더 나서버린 걸까. 물론 야가미 녀석이 그런 괜히 고등학생같은 화기애애한 거, 결단코 허락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야가미 녀석만 괜찮다면 카구라네 댁에서 며칠 셋이서 끊겨진 가문끼리의 교류를 다시 잇는 것도 좋고-라고 내뱉어 버린거지만. 그러니까 절대로, 야가미 녀석이 괜찮을리 없다고 생각해서 한 말이라고, 그거.
“어째서 허락한거냐, 너.”
그런데, 어째서인지 전개는 이런식이 되어버려서, 쿠사나기 쿄는 무거운 걸음을 옮겨 도착한 야타 가문의 집 대문 앞에 무심하게 서있는 녀석에게 이쪽의 불만을 한껏 담아 한마디 내뱉었다.
이미 날은 기울어 저물어가는 시간대. 일부러 이런 시간을 고른 것은 카구라의 선택이라고 했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일방적으로 - 그는 승낙했습니다. 그러니까 3일 뒤, 7시 경, 야타 가(家)로-라는 무척 불친절한 쪽지를 보내온 카구라의 생각보다 우선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것은 이런걸 승낙한 ‘상대’의 생각이다.
녀석은 대문아래 저문 황혼의 긴 그림자를 밟고 서있었는데, 표정이 없는 얼굴로 팔짱을 낀채, 태연하게 남의 집 대문에 기대어 서 있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폼잡고있네-라는 한마디를 내뱉어주고 싶을 정도였지만, 그런 소리보다 우선 가장 먼저 급한 소리를 했다. 딱 바로 시시한 짓 하지 마라-라고 말할 것 같았는데. 왜 허락한거냐.
어째서- 허락한거냐.
석양에 저물어가는 붉그스름한 빛의 그림자에, 야가미 이오리는 고개를 들었다. 그 즈음에 무표정한 얼굴에 미소가 서린다. 쿠사나기 쿄가 질린다- 싶을 정도로 바라본 적대의 웃음. 끌어올려진 입끝은 명백한 조소.
“시끄럽군, 쿄.”
“너야말로 괜히 젠체하지 말고, 말하란 말이야, 야가미. 왜 허락한건지 이유라는거 말이지.”
목소리에 녹아든 살의가 저릿하고 피부 끝에 닿았다. 명백한 증오, 그 증오의 근원은 쿠사나기 쿄로선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런 근원 모를 증오라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태연하게 추궁했다.
“흥.”
그렇지만 야가미 녀석, 고개 돌려버렸다. 네놈 따위에게 가르쳐줄 필요는 없다.라는 듯한 고압적인 태도라니. 흥이라는거냐, 무척 귀여워 보이는 의태어지만,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고, 뭐랄까, 그 특유의 낮은 목소리에 사람 깔보는 톤으로 들려서, 무진장 불쾌하다. 제길, 과묵한 캐릭터라 그거냐. 하나도 안 멋지다고 그거.
답해줄 마음이 없는 녀석에게 헛 질문하는 것도 괜시리 자존심 상해서, 쳇하고 투덜거리며 쿠사나기는 야가미와는 반대편에 섰다. 황혼, 그늘진 대문의 그림자에 기대어서 희미하게 그 전체적인 음영이 둔한 야가미와는 명백히 다르게, 저물어가는 황혼의 찰나 자락에 걸쳐져 여전히 주홍빛이나마 비춰지는 곳에.
“근데, 왜 아직도 들어가지않고 서있냐, 야가미.”
대답은 없지만, 말을 이었다.
“나 기다린거냐?”
“헛소리.”
역시 헛소리지. 이건.
“아니면 카구라가 문을 열어주지 않은건가. 네 녀석 체면에 대문 두드리는 것도 우스웠을테니까.”
이런 캐릭이 열어 달라고 문 두드리는거 역시 어울리지 않지, 역시나.
“...닥쳐라.”
하지만 과민하게 느껴지는 반응이 무척이나 희극적이라서, 이런 농담이라도 진짜인것일까 싶어 잘난 야가미가 어떤 얼굴 하고 있는지 확인차 고개를 돌렸다.
“어, ...어.”
“시끄럽다.”
아니 아니... 바라본 그것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림.자.
녀석은 이런 저물어 가는 석양인데도 태양이 닿는 곳 그림자에 있었다. 그것에 숨쉬는 것이 잠시 고통스러워졌다. 어째서인지, 저문 황혼의 빛, 그 그림자라는 것은 무척이나 진한 빛깔을 하고 있어서, 냉막한 녀석의 얼굴에서 드물게 쿠사나기 쿄에 대한 살의는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아니, 어떤 얼굴이고 뭐고, 녀석은.
어.떤. 표.정.도 하고 있지 않았다.
조소, 살의, 적대, 증오. 그런 것만 보여준 얼굴이, 그 어떤 표정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새삼 이상하다. 그렇지만,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자신 또한 이상하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새삼 무표정한 거 봤다고 해도 야가미 녀석은 야가미. 자신을 죽어라 싫어하고, 죽어라 싫어하기 때문에 정말 죽이려하는 단순한 녀석. 그런 녀석일 뿐이다. 어떤 표정, 어떤 얼굴을 하든 쿠사나기 쿄에게 있어서 야가미 이오리는 그런 녀석일 뿐이라고.
그런것이 변하게 되는 일은 없다고.
어째서인지 자신에게 두 번씩이나 말했다.
문득 올려다 본 하늘은 여름의 황혼을 녹여 만들어 붉고, 주황이고, 그리고 슬슬 그 끝을 밤에게 내주어 희미한 푸른 빛. 그런 색조와 달리 끈적한 여름의 공기는 정오 때부터 그를 불쾌하게 만들었는데 지금도 쭈욱 이어지고 있다. 후덥한 공기가 피부에 닿는다. 아아, 덥다. 저녁에 다 달아 공기의 열은 낮아지는데도, 그 습기는 어디로 사라지지 않아 피부를 끈적끈적, 불쾌하게 했다. 달라붙는 그 불쾌를 떨치려듯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근데, 대문 안 두드릴 셈이야, 야가미?”
“...”
“언제까지 이런데 서 있을수도 없다고, 모기 물려버리면 아깝잖아, 비싼 피인데.”
이런 질 낮은 농담이라도 상대로부터 오는 것은 여전한 침묵. 쿄는 깊이 허파로부터 끈적한 한숨을 짜냈다. 으윽, 한숨조차 불쾌하다.
“카구라도, 너무한걸. 이렇게 바깥에 세워두다니.”
“그렇게 말씀하시나면 무척이나 죄송합니다만...”
“왁?! 치, 카구라?”
본인의 발언의 문제도 있어 조금은 과하게 놀란 쿄는 저문 황혼에 희미하게 붉음이 서린 새하얀 경장차림의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쪽에 고상하게 기다릴줄 알았는데 어째서인지 그녀는 한손에 무언가 음식재료가 가득 담긴 봉투를 들고 서서, 쿠사나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치즈루는 표정을 전혀 읽을 수 없는 기묘한 얼굴로, 대문의 양쪽에 나란히 선 이오리와 쿄를 흘긋 바라보더니, 조용히 쿄에게 정중하게 말을 전한다.
“어째서 두 분 이렇게 서 계신 건가요?”
“에, 그게... 에, 그런데 손에 든 건 뭐야, 카구라.”
뭐라 말해야 되는 걸까.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저도 모르게 또 가장 궁금한걸 하나 뽑아 질문해버렸다. 무슨 멍청한 짓이냐. 아무리 봐도 저녁 반찬거리잖아.
이것입니까?하고 무언가가 한가득 든 봉투를 들어보이는 그녀는 침착하게 입을 연다.
“합숙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직 쿠사나기씨는 제 질문, 대답해 주시지 않으셨습니다만...”
“에, 그게. 문을 안 열어 주길래...”
난처한 질문에 긁적긁적 코끝을 긁자, 그녀는 탁탁하고 걸음을 옮겨 엄밀히 쿄의 등 뒤에 있는 벨을 꾸욱 눌렀다. 벨소리와 함께 들리는 사용인의 목소리와, ‘저입니다’하는 카구라의 목소리. 그리고 열리는 대문.
“그럼 들어가시죠, 야가미도, 쿠사나기도.”
“...”
어째서 이런 옛날 전통 있어 보이는 저택에서 초인종 같은 현대적인 걸 쓰는 거야! 전혀 생각도 못했잖아!!! 상식을 뒤트는 반전에 멍해져버려서, 야가미를 돌아본다.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그야말로 무표정한 얼굴로 카구라를 뒤따르고 있다. 어떤 의미로, 역시나 굉장한 녀석이다...라고 생각하고, 쿄 역시, 치즈루를 뒤따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by | 2006/06/29 22:01 | 트랙백 | 덧글(0)
# by | 2006/06/25 01:40 | 잡설 | 트랙백 | 덧글(0)
# by | 2006/06/19 16:55 | 번역 | 트랙백 | 덧글(0)

# by | 2006/06/16 21:28 | 낙서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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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6/06/04 20:11 | 잡설 | 트랙백 | 덧글(0)
# by | 2006/05/31 11:28 | 번역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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